햇빛이 비워둔 비탈진 외길에서
수백년을 하늘 보며 묵언수행 하는듯이
푸르른 초심의 자태 변함없이 지킨다
바람이 불어와 번뇌를 일으키면
대웅전 기와 위로 한 가지 길게 펼쳐
부처님 법문 듣는 듯 애잔하게 흔들리네
오백년 전 그 옛날에 사명대사 석장 짚고
사바의 온갖 고뇌 네 품 안에 벗어 놓고
혼자서 걷던 그길을 전설처럼 안고 산다
밤이면 외로운 정종대왕 혼을 불러
오층의 목탑 위로 고요를 풀어 놓고
달빛 속 긴 그림자로 부처모습 그려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