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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장의 문화 읽기> 김천국제가족연극제 공연작 ‘나의 히어로’, 창작공간 달나라복덕방이 보여준 아동 오브제극의 가능성

김민성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6/07/31 11:31 수정 2026.07.31 23:29

 

제24회 김천국제가족연극제 공연작 가운데 하나인 창작공간 달나라복덕방의 가족극 ‘나의 히어로’가 지난 29일 오후 7시 김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공연에 앞서 극본을 먼저 읽어볼 기회가 있었다. 연출이 어떻게 구현될지 미리 가늠해 보고 싶어서였다. 친구와의 오해로 상처를 입은 한 아이의 몸속에서 심장과 눈, 뇌, 폐, 간이 각각 하나의 인물이 되어 아이를 지킨다는 설정은 무척 신선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들었다.

 

‘이 이야기를 과연 무대에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신체 기관을 무대 위에 올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하면 설명이 많아지고, 아이들에게는 어렵고 어른들에게는 다소 평면적인 작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연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런 걱정은 감탄으로 바뀌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장지숙 대표는 글 속에 머물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는 이미지로 바꿔냈다. 커다란 심장과 뇌, 폐, 눈을 형상화한 오브제는 단순한 소품이 아니었다. 배우들의 몸짓과 만나 하나의 등장인물이 되었고, 장기들의 기능을 설명하기보다 움직임과 이미지로 전달했다. 30여 년간 지역 연극 현장을 지켜온 연출가는 익숙한 방식에 머물지 않고 어린이를 위한 창작 가족극과 오브제극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통해 지역 공연예술의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나의 히어로' 극본과 연출을 맡은 창작공간 달나라복덕방 장지숙 대표의 무대인사

 

아이들은 어렵지 않게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어른들은 그 안에 담긴 심리와 관계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읽어냈다.

좋은 가족극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어른들의 공감까지 끌어낸다. ‘나의 히어로’는 어려운 개념을 시각적 언어로 풀어내면서도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다. 말보다 보여주는 연출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었던 무대였다.

 

 

특히 이번 작품은 김천에서 아동 오브제극의 가능성을 확인한 공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오브제는 단순히 무대를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배우였다. 배우들의 신체 움직임과 결합한 오브제는 상상력을 자극했고, 추상적인 감정을 어린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어 놓았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무대로 구현하며 오브제극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냈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 것은 전문 배우가 아닌 시민 배우들과 함께 단 3개월 만에 무대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각자의 일상과 생업을 이어가면서 틈틈이 연습에 참여한 시민 배우들에게 3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67세 시민 배우가 뇌를 연기하고, 20세 청년이 눈이 되며, 11세 어린이가 몸의 주인 역을 맡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냈다. 시민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 만큼 작은 실수는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연기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눈에는 공연의 흐름을 방해할 만큼의 빈틈은 느껴지지 않았다. 배우들은 서로의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장면을 이어갔고, 그 진정성은 오히려 작품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극 후반부는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조금 더 보강됐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기들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갈등의 긴장감과 감정의 상승이 조금 더 응축됐다면 작품의 몰입감은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소재와 참신한 무대 언어를 갖춘 만큼 서사의 밀도는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나의 히어로’는 시민들이 참여한 공연이어서 의미 있는 작품이 아니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를 향한 고민과 3개월간의 치열한 연습이 있었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추상적인 이야기를 구체적인 이미지로 바꾸고, 시민 배우들과 하나의 무대를 완성해 낸 힘은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성과였다. 무엇보다 어린이들이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도록 시각적으로 풀어낸 연출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지역 극단이 어린이 관객을 위한 창작 가족극을 직접 만들고 오브제를 중심에 둔 연출에 과감히 도전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작품은 주목할 만하다.  넉넉하지 않은 제작 여건 속에서도 이처럼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극단 구성원 모두가 연극을 향한 열정과 책임감으로 한마음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히어로’는 완벽해서 기억에 남는 공연이 아니라 지역연극계에서도 새로운 형식과 새로운 이야기에 과감히 도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번 무대는 김천지역 아동극의 지평을 한 걸음 넓힌 의미있는 첫걸음이었으며, 이 같은 도전이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져 지역의 창작 가족극과 아동극이 더욱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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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공연사진> 김민성(데일리김천TV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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