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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대법원까지 가서 찾은 내 돈 100만원”…집행 가능성은 미지수

김민성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4/04/16 10:25 수정 2024.04.16 10:25
피싱범이 원격조종으로 타인 계좌에 송금해 카드대금 자동 결제
1,2심 “카드 명의자는 금전을 사실상 지배 못해 부당이득 아님”
대법원 “원심판결은 대법원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 파기환송

피싱범이 피해자의 은행계좌를 원격조종해 다른 사람 계좌로 송금해 카드대금이 자동결제된 사건과 관련해, 1심과 2심 재판부는 해당 카드계좌 소유자가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결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파기환송했다.

16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대법원 제 2부(재판장 이동원)는 메신저 피싱 피해자 A씨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 반환 상고심에서 B씨가 부당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원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A씨는 2021년 10월 자녀를 사칭한 피싱범으로부터 “휴대폰 액정이 깨져서 수리비가 필요하다”는 문자를 받고는 피싱범이 안내하는 대로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피싱범은 A씨의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 등 정보를 얻어낸 뒤 휴대전화에 원격조정 프로그램을 설치하고는 B씨의 계좌로 100만원을 송금했다. 이어 B씨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C 카드회사의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다.

뒤늦게 피해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C 카드사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금원이 A씨의 피해금이라는 사실에 대해 카드사에게 악의 또는 중과실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결국 A씨는 피싱범으로부터 송금을 받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B씨의 행방을 알 수 없어 공시송달로 진행된 재판에서 법원은 “B씨 계좌에 송금된 돈을 B씨가 사실상 지배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B씨가 모르는 사이에 입금된 돈이 카드대금으로 자동결제됐으므로 부당이득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이어진 항소심에서 공단측은 “B씨는 자신이 사용한 카드대금 100만원의 채무를 면제받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 재판부도 판단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대법원은 “B씨가 얻은 이익은 송금받은 돈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카드대금 채무를 면하게 된 것”이라며 “원심 판결은 대법원의 판례에 상반되는 판단을 한 잘못이 있다”고 못박았다.

A씨는 4차례 재판을 거쳐 2년 반 만에 100만원을 되돌려 받을 수 있는 판결을 받아냈으나, B씨의 소재가 불분명한 만큼 실제 강제집행에 이르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심부터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A씨의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김덕화 변호사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A씨의 입장에서 100만원은 큰 돈”이라며 “재산명시 등을 통해 B씨의 재산이 확인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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