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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상관없음 |
김천 모 골프장에서 인턴캐디에게 지급한 캐디비가 이들 실습생이 아닌 교육업체에 제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수의 공분을 사고 있다.
18홀 1회 골프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시간이다. 캐디들은 카트운전을 하며 3~4명 이용객의 클럽을 전달해주고 공을 찾거나 거리 및 그린라인을 읽어주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일반캐디비가 13만원 정도이고 경력이 짧은 인턴은 8만원 정도의 캐디비를 받는다.
최근 김천 모 골프장에서 야간라운딩을 한 지역민 A씨는 인턴캐디에게 준 8만원이 이들이 갖지않고 회사에서 가져간다는 얘기에 격분했다.
A씨는 “이제 갓 스무살 남짓한 젊은이들이 노동 대가를 회사로 상납한다는 얘기에 화가났다”며 “그 얘기를 듣고 칠곡과 영천에 있는 골프장 인턴캐디에게 물어보니 자기네는 본인들이 캐디비를 다가져간다고 해 지역의 상황이 더욱 이해가 안됐다”고 말했다.
해당 골프장 관계자는 “우리는 인턴캐디의 실습장소만 제공했을 뿐 이들을 교육하는 업체는 따로 있다”고 회피하고 “이 문제로 시끄럽게되자 교육업체측이 그만두고 나갔다. 우리는 인턴캐디들에게 식사를 제공해주며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 골프장에서 말하는 인턴실습교육업체는 G업체로 1차 40여명의 실습생 교육을 마치고 2차 30여명의 실습생 교육에 들어갔으나 현재 6명만 남고 모두 그만둔 상태이다.(G업체측에 따르면 1기 약 20명, 2기 약 10명 가량이 들어왔고 교육생간의 마찰, 골프장과의 문제 등으로 자진퇴소한 친구들이 대다수며 현재 남아있는 교육생도 십여명이라고 항변했다.) 이들 대다수가 20대이며 미성년자도 일부 포함된 걸로 알려진다.
정식캐디들도 프리랜서로 분류돼 고용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하물며 인턴캐디는 교육실습생이어서 노동환경이 더욱 열악하다.
노동지청 관계자는 “캐디는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아 고용노동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법률구조공단 의뢰를 권유했다.
법률구조공단 관계자는 “우리는 일상적인 생활법률만 상담하고 있어 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변호사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G업체에서 실습생과 맺은 계약서를 보면 노예계약이 따로 없다.
35회 라운딩-1회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을 5시간이라고 계산하면-175시간을 일한 대가는 0원이다. 1회 인턴캐디비 8만원 중 2만원을 적립해둔 뒤 35회를 모두 채우면 70만원을 주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35회를 채우기 전에 해고되거나 자진퇴사할 경우에는 1원도 주지 않는다. 문제는 또 있다.
한달가량 이론교육을 마치고 실습을 내보내야하는데 골프장측에서의 인원재촉을 이유로 1주일 또는 3일 이론교육 후 현장에 나간 실습생도 있다.
그야말로 그린과 벙커만 겨우 구분할 정도의 실습생이 라운딩을 나간거나 다름없다.
이들은 업무 미숙으로 라운딩 시 고객들로부터 심한 꾸중을 듣거나 클레임이 걸려 교체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했다. 이렇게 해고된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적립해둔 2만원은 받지 못했다고 전한다.
실제 10여회 무료로 일만 하다 그만둔 경우도 있고 절반이상 20회를 넘기고 퇴사한 경우도 발생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인턴캐디들이 열악한 생활을 견디는 이유는 35회 실습라운딩 후 받을 수 있는 정식 캐디 승격 테스트 때문이다.
실습횟수를 모두 채웠다고해서 바로 테스트를 받는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한다. 실습을 마치고 테스트를 받기까지 제대로 된 캐디비를 받지 못한다.
이에 대해 해당 G캐디교육업체 관계자는 “교육생은 근로자가 아니므로 해고나 자진퇴사, 노동력 착취라는 말은 다 맞지 않으며 입소시 서약서를 받는데 노예서약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강하게 항의하고 “권고퇴소한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고 주장하며 “중도에 나갈 경우 축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본인들도 서약한 내용이기에 문제삼지 않았으며 반대로 30회 가량을 마친 교육생이 퇴소하려하자 본사 및 현장 담당강사가 5회만 더 하고 축하금 70만원을 받아가길 권유했으나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퇴소한 친구도 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적립금’은 ‘축하금’, ‘계약서’는 ‘서약서’, ‘계약’은 ‘약속’으로 바꿔말해야 함을 지적했다.
업체 관계자는 또 “35회 수료를 마친 교육생들은 8만원을 본인이 다 가져가고 있다. 35회를 수료해야 하는 이유는 하우스캐디(정식캐디)가 돼야지 골프장과의 원만한 계약관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의 캐디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업체를 사용하는 만큼 회사 입장에서도 교육을 받다가 중도에 그만두거나 도망가면 그동안 교육을 진행하는 데 들어간 비용과 골프장과의 계약관계에 대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35회를 마친 수료생의 경우 회사에서 관리책임이 없으나 현재도 셔틀운행부터 교육,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적자가 나는 상황임에도 교육생들의 취업을 책임지고자 현재도 운영중이다”고 말했다. 또 “골프장 관계자가 이 문제로 우리 업체가 그만둔다고 한 것은 잘못됐다”며 “적자 등 경영상의 이유와 다른 문제(타 업체를 위해 함구한다고 밝힘)로 인해 정리할 예정이며 현재 수료 후 정식캐디가 아직 안 된 친구들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지금도 운영중이다”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기자가 제대로 된 교육실습이라면 정식캐디와 함께 라운딩을 나가는 게 맞지않냐, 왜 교육담당자도 없이 실제 손님을 상대로 캐디실습을 한 것이냐고 반문하자 “동반 나가는 게 맞긴 한데 골프장측의 하우스캐디 인원부족으로 혼자 나간 것”이라며 “대신 1:4라든가 1:6으로 한 교육생이 서브하고 있으면 홀을 돌아다니며 부족한 부분을 알려주는 식으로 운영했다”고 답했다. 또 “35회 수료 후에도 바로 테스트를 받지 못하는 부분은 골프장 관할이며 수료생들의 승격테스트 일정을 앞당기기 위해 본사, 현장 담당자 모두 엄청난 노력을 한 것은 교육생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말했다.
끝으로 업체관계자는 “2만원을 주는 저희 업체와 달리 타 업체는 축하금 라운딩당 0원 혹은 1만원만 주며 160만원을 선입금 받거나 정식캐디가 된 후 분납으로 20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저희 업체의 교육조건은 겨우 운영을 할 수 있는 수준의 교육비만 받는데 타 업체와 비교했을 때 결코 나쁜 수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골프인구가 늘어나며 골프장이 성수기를 맞고 있다. 더 많은 고객유치를 위해 끼워넣기하거나 라운딩비를 많게는 2배 가까이 올린 골프장도 있다.
하지만 이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인턴캐디에게는 열정페이만 강요할 뿐이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적 울타리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