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기경산천도(李白騎鯨上天圖)
- 박찬선(시인‧낙동강문학관 관장)
문득 추사가 쓴 시경(詩境)이란 말이 떠올랐다.
시로서 열리는 경계가 어디쯤일까
언어를 벗어나면 티끌에도 걸림 없이
시가 나뭇잎처럼 펄펄 날리고 눈발처럼 어지럽게 날리고
시 세상이 없으면서도 있는 시 세상이
가득 찬 듯 텅 빈 듯이
잠방이 소매 걷어 올리고 하얀 술병 맨발 앞에 두고
외씨 붉은 눈에 곧은 수염의 잉어 등에 올라
이백처럼 연잎 모자 쓰고 날 수만 있다면
요동치는 거센 물결 헤치고
하늘 오를 수만 있다면
시가 저녁노을로 피었다가 사라지고
차갑고 어둔 벽 속에 갇혀 손발이 저리다 하더라도
손잡이가 달린 의자도 깃이 달린 모자도 아랑곳없이
저 세상으로 가는
자적(自適)의 시를 놓을 수 없나니
언젠가는 상서로운 붕새의 등을 타고
구만리장천을 훨훨 날아 이름 없는 별나라에도 시를 심어
상상이 미치지 않는 온 누리에
시의 별이 반짝이게 할까
억실억실한 모습으로 자유롭게 자전을 할까
상주남장사벽화 이백기경산천도(李白騎鯨上天圖)
문화가있는날 구석구석문화배달 경북예술만물상 로컬스타, 레트로 상주 두 번째 행사는 3일 저녁 7시 상주시 왕산역사공원에서 열렸다.
평소 시를 좋아하는 상주시민들의 이야기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발표한 이날 행사는 ‘노는 게 예술’이란 주제 아래 △보물 찾으며 놀기, △우아하게 놀기, △다 같이 놀기 등 3부로 나눠 진행됐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인 상주참여팀 ‘시노리’팀은 2014년 상주도서관의 ‘내 생애 첫 작가 수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연으로 결성돼 9편의 시집을 출간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시노리팀은 당시 지도교수이던 박찬선 현 낙동강문학관 관장의 지도 아래 문학 수업과 강연, 문학기행 등을 함께하며 창작활동은 물론 지역문학인과의 교류를 통해 상주 시문학 활성화에 기여해 왔다.
박찬선 관장(오른쪽)과 전종화 전문MC(왼쪽) |
문날운영진이 제작해 이날 상영한 뮤직비디오 ‘시로써 열리는 경계가 어디쯤일까(유튜브링크 https://youtu.be/9p3W98uQm4c)’는 상주 남장사 극락보전에 있는 벽화 ‘이백기경산천도(李白騎鯨上天圖)’를 모티프로 한 박찬선 시인의 시 ‘이백기경산천도’를 가사로, AI가 작곡하고 노래했다. 이번 뮤직비디오는 시와 함께 노는 시노리팀의 그간 활동을 내용으로 함창호 오세춘 박서윤 김선희 박정숙 등 5명의 팀원이 직접 출연해, 한 달여간 상주 곳곳을 배경으로 제작됐다.
이날 발표한 시노리팀의 뮤직비디오는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으며 이외에도 ‘이백기경산천도’와 ‘보리’, ‘돌담쌓기’ 등 박찬선 시인의 시 3편을 낭독하며 시에 대한 그들의 진심을 전했다.
보믈찾기에 나선 시민들 |
이날 본 행사에 앞서 국악연주팀 ‘나도람’의 연주와 함께 진행된 보물찾기에도 어린아이를 둔 가족 단위 시민들의 큰 호응이 있었다.
특히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다 같이 놀기 ‘댄스 어렵지 않아요’ 순서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날 행사 참석자 전원이 동참해 한마음으로 댄스를 배우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시간도 가졌다.
이외에도 문화가있는날 설문조사와 SNS인증이벤트 등을 통해 푸짐한 상품을 전하기도 했다.
행사에 참여한 한 시민은 “무더위에 방에만 있기 답답해 행사장을 찾았는데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밝히고 “이렇게 재밌는 행사인 줄 알았으면 친구들에게도 연락해 함께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다음 문화가 있는 날 행사 참여의 뜻을 밝혔다.
행사를 주최한 조명숙 지역문화진흥공동체 도시락 대표는 “지난 6월 시작된 올해 문화가 있는 날 경북예술만물상 구석구석문화배달 사업은 김천과 상주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시민을 주인공으로 펼쳐진다. 놀이가 정신의 기원이자 문화의 바탕이라는 호이징어의 ‘호모 루덴스’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무용한 것에 진심인 우리는 이 무용한 것의 무한한 가치와 문화가 있는 날이 너무 소중하다. 노는 것이 예술이 되고, 더구나 같이 노는 것이 축제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한편 다음 문화가있는날 행사는 오는 28일 율곡동 모산지에서 김천행사가, 31일 상주 함창버스정류장에서 상주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사진으로 보는 이날의 하일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