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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축제

김대호 두 번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 발간

김민성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3/03/10 18:58 수정 2023.03.10 18:59
당신이라는 통증에 출입한 기록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한 김대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실천이란 무엇입니까(136쪽, 10,000원)’가 시인동네 시인선 199로 지난 13일 출간됐다.

 

2020년 첫 시집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 발간 이후 3여 년 만에 나온 이번 시집은 4부로 나눠 57편의 시를 수록했다.

 

...

 

당신이라는 간이역을

 

경유하지 않고 나의 세상으로 직항하는 노선은

 

애초에 없었다는 얘기

 

당신을 만져야 내가 만져지는 얘기

 

만나면 서로 혀를 나누는 키스를 이제 포옹으로 대신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얘기

 

그리고 적당히 통속해진 당신이 보기 좋았다는 얘기

 

그것이 슬퍼질 때, 눈물 대신 주먹을 꽉 쥐게 되더라는 얘기

 

밥값을 서로 내려고 살짝 밀쳤다는 얘기

 

당신이 사라지기 전 거리에 내리는 첫눈

 

첫 세상

 

반짝이는 불빛들

 

 

 

― 「곡선」 전문

 

앞서 말한 것처럼 “당신”은 “나의 세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다. 이 유일성이 단지 환상이나 상상의 세계로서가 아니라 “적당히 통속한” 그리고 “밥값을 서로 내려고 살짝 밀”쳐내는 구체적 현실로서의 세계라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관계를 예민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신”이라는 추상적 실체가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포함하고 있다는 추론 때문이기도 하다. 일상의 구조가 없는 삶을 견인해 가는 시적 화자에게 “당신이라는 간이역”은 절대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일상의 세계로부터 이탈한 자가 누리는 위무와 회의의 세계는 시를 쓰는 것이며, 당신을 만지듯 끝없이 시와 접촉하며 세계를 살아간다는 것은 절대자의 위치에 시가 있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당신과 헤어진 후/당신이 보이고 당신을 알았기에 이제야/안 보이는 당신을 보고 모르는 당신을 알아간다/지금 내 육체 어느 구석으로도 명랑은 들어갈 수 없다/너무 많은 당신이 보인다”(「헤어진 다음날」). 마치 성경에 나오는 돌아온 탕자의 비유처럼 당신에 대해 고백하는 장면은 처연하면서도 시적 화자의 행로를 짐작케 한다. 헤어진 후에야 당신이 보였다는 고백은 시적 화자의 시선이 보다 본질적인 세계에 닿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우대식(시인)

 

김대호의 시는 특별히 어떤 누구의 방법론에 기댄 바가 없다. 어쩌면 스스로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 철저히 경계하며 걸어온 길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시집은 단독자의 산책과도 같다. 자신에게 감각된 세계의 파편들, 비가시적인 세계를 자신만의 사유로 구조하고 다시 엎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사물의 진실에 다가서는 김대호의 시적 여정에 주목해보자.

 

“생활을 상징으로 하는 자는 망명한 자이다.

외부에서 내부로

다시 내부의 외부로

그렇게 생활을 꾸려 나가면서

연필을 깎아 벽지에다가 ‘생활’이라고 낙서한다.

낙서한 생활은 낙서하는 순간 상징이 된다.

상징으로 어떻게 생활을 꾸린단 말인가.

생활 앞에서 생각 중이다.

수돗가에서 생각 중이다.

파리를 잡고 나서 생각 중이다.”

시인의 산문 중.

 

김대호 시인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2012년 《시산맥》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우리에겐 아직 설명이 필요하지』가 있다. 2019년 〈천강문학상〉 시 부문 대상, 2021년 아르코 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봉산면 신암리에서 ‘시남’ 커피집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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