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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View(뷰)> Calling you(영화 ‘바그다드 카페’ OST) 영혼의 바닥까지 울리는 절규

데일리김천tv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0/12/14 15:31 수정 2020.12.17 11:51
박현아(현피아노)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다.

우울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채로.

이유 없이 단지 무료한 그런 날이.

(어떨 땐 이 무료함으로 치유가 되고 충전이 되어버리는)

 

나는 쇼핑마니아다.

옷, 신발은 물론 소소한 것들까지도 사서 소장하는 습관이 있다.

"내가 술‧담배를 해~ 골프를 해~."

늘 이런 식으로 나의 소비를 합리화시키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물욕을 잠재워버리는 심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가족이 학교로, 직장으로 모두 나가버리고 혼자남은 무료한 그 어느 날이 가슴 벅찬 즐거움으로 다가온 적이 있다.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혼자만의 시간으로 힐링하는, 쇼핑보다 더 즐거운 습관이 생겨버렸다.

 

그날도 그랬다.

혼자만의 나른함을 즐기기 위해 TV를 켜는 순간 꽂혀서 끝까지 보게 된 영화 ‘바그다드카페’.

우선 특이한 점은 영화 배경이 그닥 화려하지가 않다.

배우들도 딱히 빼어난 볼거리가 없는, 게다가 줄거리조차도 특별할 것이 없는 그야말로 '참 무료한 영화'라고 표현하면 될 듯하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류가 내 눈과 귀를 사로잡아버려 그길로 시나리오와 음악에 빠져들고야 말았다.

 

뜨내기들만 오고 가는 초라하고 황량한 카페에는 고장 난 커피머신이 있고 그 머신처럼 저마다 뭔가 부족한 사람들만이 카페에 모여있다.

매사에 불만이 가득한 브렌다와 그들 사이에 야스민이 합류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바그다드카페’는 변화가 필요한 중년여성 둘의 이야기이다.

그녀들의 우정과 의리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영화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의 디테일에 공을 들이지 않는다.

이야기를 따라가기보다 감정을 따라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모나고 볼품없는 사람들이 모여  '과한 조화'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이 영화의 킬링포인트라고 한다.

누구든 브렌다와 야스민이 되어 또는 고장난 커피머신이 되어 자신을 깨워줄 누군가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서로를 불러주길 애타게 갈망하며 영화 속 이야기를 닮은 몽환적인 노래 ‘Calling you’를 소개한다.

 

 

 

감상팁1.

독일에서 미국여행을 온 야스민은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에 남편과 다투고는 황량한 모하비사막에 버려진다.

자신의 육중한 몸만큼이나 무거운 여행 가방을 끌며 힘겹게 사막을 걸어가는 모습 뒤로 'calling you' 가 흘러나온다.

영혼의 바닥까지 심금이 울리도록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이 절규하듯 외친다.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라스)베이거스에서 사막을 따라 어딘가

Some 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당신이 머문 곳보다는 더 좋은 어딘가에

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

고장 난 커피기계가 있는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모퉁이를 돌면 바로 보이는 작은 그 카페에서

I am calling you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Can’t you hear me

들리지 않나요

I am calling you

난 당신을 부르고 있어요

……

 

 

 

 

 

감상팁2.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다.

무더운 사막을 걸어와 땀범벅이 된 야스민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고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쫒아 낸 브렌다는 서러움에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으며 서로가 고통스런 순간에 운명처럼 만나게 되는데, 그때 어디선가 다시 ‘calling you’ 가 흘러나온다.

결국엔 야스민의 순수한 마음이 사람들에게 통해 행복이 넘치는 나날이 계속된다.

그러다 야스민의 비자문제로 독일로 돌아가면서 카페는 다시 위기를 맞게된다.

시간이 지나 야스민이 돌아오고 브렌다와 재회하는 순간, 또다시 영혼의 노래 ‘calling you’가 흘러나온다.

 

감상팁3.

이 노래의 묘미라면 물론 영화장면과 잘 맞아떨어지는 가사 내용과 절규하듯 부르는 가수의 목소리에 있다.

그러나 최고의 절정은 리듬(rhythm장단)과 비트(beat박자)라고 개인적으로는 단정 짓고 싶다.

우선 이 곡의 박자는 4박자, 즉 일반적인 가장 흔하고 가장 안정적인 4분의4박자인데 첫 소절부터 엇박자(offbeat 짧게 쉬었다가 어긋나게 들어가는)와 당김음(syncopation 리듬, 붙임줄, 악센트 등에 의해 강약이 바뀌는)을 사용해서 음을 간당간당하게 줄타기하듯 잡았다 놓았다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이 노래의 클라이맥스인 ‘I'm calling you’ 부분에서는 정박자로 바뀌면서 첫박부터 강하게 내뱉어버린다.

첫 소절에서 엇박자로 들어가 타령하듯이 조심스레 부르는 기법은 마치 영화가 막 시작할 때의 주인공들의 불안한 감성을 닮아있고 정박자로 호소하듯 내뱉어버리는 목소리야말로 언젠가는 야스민의 순수한 마음이 모두에게 선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긍정적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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