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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박서익·박진옥 씨 《시조21》 신인문학상 당선

김민성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0/09/16 19:45 수정 2020.09.17 09:24

건강한 시조의 숲을 꿈꾸는 계간 《시조21》 제10회 신인문학상에 박서익 씨의 ‘강변 공원에서’ 외 1편과 박진옥 씨의 ‘자전거 타기’ 외 1편이 선정됐다.

 

박서익·박진옥 씨는 김천문학아카데미 시조반에서 시조를 공부하다 이번 당선으로 등단했다. 시조21의 신인문학상은 진중하고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서 당선자를 가려온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심사는 노중석·김일연·민병도 위원이 맡았다.

 

박서익
수상자 박서익 씨는 “몇 해 전 우연히 김천의 백수문학 아카데미를 알게 돼 시조에 발을 들여놓았다. 공부하면서 시조의 틀에 맞춰가는 묘미에 점점 빠져들게 됐다. 오래전부터 민족의 가락을 아끼고 가꾸는 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숨이 찰 때도 있고 무릎이 깨질 때도 있겠지만 그때마다 다시 일어나 정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일상에서 만나는 물상과 사건을 응시하는 자세가 진지하고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작품마다 시조의 정형성이 정연해 오랜 시력을 엿볼 수 있었으며 생각과 메시지를 행간에 중첩시키는 언어구사 능력 또한 앞날을 기대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박서익 씨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구미 금오공과대 교육대학원 졸업했다. 1975년~2015년까지 교직에 몸담아 상주중동중, 상주여고, 김천여고 등에서 근무했다.

 

또 다른 수상자인 박진옥 씨는 대구 출신으로 경북대 사범대학을 졸업했다. 현재 화요시조문학회 회원으로 대구시조시인협회시조공모전 참방 수상의 경력이 있다.

 

심사위원단은 “감각적인 언어와 탐구적인 정신의 건강미를 보여줌으로써 시각의 새로움이 두드러진다. 특히 시조의 생명력인 종장 처리에 있어서 반전의 원숙함과 은유의 깊이를 읽을 수 있어 향후 감성적이고 독자적인 시 세계를 기대해도 좋겠다”고 평했다.

 

박진옥
수상자 박진옥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은 일상에 담겨있는 의미를 새롭게 읽어내는 것이기에 자연 현상을 좀 더 세심히 보고 그 속의 깊은 의미를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격려로 여기고 좋은 시조를 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음은 두 수상자의 당선작이다.

 

 

 

 

 

박서익

 

강변공원에서

 

황악산 기를 받아 포도 알알 익힌 바람

농부의 땀방울을 가만가만 닦아주네

저문 놀 대나무 숲에 새들을 재울 때까지

직지천 맑은 물에 주저앉은 뭉게구름

물오리 자맥질에 하늘 잠시 출렁이고

바람은 바쁜 걸음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네

 

누에에 관한 기억

 

온종일 모를 심고 지쳐서 돌아온 저녁

희미한 호롱불 아래 비워내던 국수 한 사발

초여름 아픈 허리는 꿈길 속에 뉘었지

모과나무 잔가지에 별들도 잠든 시간

한잠 잔 누에들의 쉬지 않던 먹성이라니

소나기 마구 쏟아지고 먹물 같은 깊은 밤

수매장 검수원들 번쩍이는 매의 눈빛

길고 긴 보릿고개 허기로 속을 채우고

온 정성 다해 마련한 공납금을 쥐었던 날

 

박진옥

 

자전거 타기

 

한 오라기 욕심도 발붙이지 못한 세상

나뭇잎을 흔드는 바람의 뱃속으로

둥글게 몸을 웅크리고 폐달 연신 밟는다

가야산 계곡마다 새 봄빛이 쌓이는데

더께 앉은 세월만큼 이끼 낀 늙은 돌들

나직한 물소리마저 두 바퀴에 감긴다

 

봄날

 

딸 부잣집 맏이로 살림 밑천이시던 어머님

내리 셋 아들들을 제 갈 길로 떠나보내고

이웃집 어여쁜 딸들 몹시도 부러워하시더니

화장품 바구니 이고 골목골목 누비시고

마지막 품에 안은 인공관절 두 조각

귓가에 맴도는 말씀 ‘이게 내 운명이다’

마른버짐 자리 잡듯 산벚꽃 피는 봄날

까마귀 울음소리에 어머님 잠을 깨시나

어딘가 귀 익은 목소리에 바람도 숨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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