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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의 주인공은 차가 아닌 사람입니다˝

데일리김천tv 기자 dailylf@naver.com 입력 2022/10/06 09:49 수정 2022.10.06 09:49
이천희(김천경찰서 112치안종합상황실 경위)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SS)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만7,312명이고 이중 보행자가 6,575명(약38%)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해 보행자 사망자는 OECD회원국 평균의 2배가 넘는 후진국형 교통사고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보행자 교통사고가 줄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교통 약자인 보행자보다 차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서양은 마차(馬車)문화로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지 마차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었고 마차는 사람이 도로에 서 있거나 걷고 있을 때 정지하거나 알아서 피한다. 반면 우리는 가마 문화로 예부터 왕이나 지체높은 귀족이 가마를 타고 행차할 때 가마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길을 터주고 피한다. 이 가마가 자동차로 바뀌면서 자동차가 지나가면 보행자가 멈추고 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로 자리 잡았다.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 보호)에서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가마문화의 오랜 관습 때문에 운전자나 보행자는 자동차에게 통행 우선권이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보행자는 자동차의 교통에 방해되지 않도록 양보하면서 눈치 보듯 통행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횡단보도를 건널 때 손을 들고 건너는 교통안전 교육을 받기도 했다. 보행자로서는 당연한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자동차에게 양보해 달라고 손까지 들고 건너야 하는 아이러니는 사람이 우선이 아닌 자동차 중심의 가마문화 잔재가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있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고 본다.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수 많은 자동차들 속에서 보행자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횡단보도인데 사람이 우선이 되어야 할 공간인 횡단보도에서 조차도 자동차가 우선이 되고 있으니 다른 도로에서는 오죽 하겠는가

지난 7월12일부터 시행된 개정 도로교통법은 위협 받고있는 보행자의 안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보호받지 못하는 보행자의 권리를 회복하고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인식 개선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교통공학 기술의 발전과 제도·환경(도로·시설물 등)개선, 예산·장비 확충 등으로 매년 교통사망자를 많이 감소 시켜 왔지만 보행자 사고를 줄이지 않으면 사망자 감소율은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보행자 사고를 지속적으로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자동차 중심의 문화가 아닌 보행자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사람 중심의 교통문화’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는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가마문화를 버리고 ‘운전자도 차에서 내리면 보행자이다. 도로에서의 주인공은 차가 아닌 사람이다. ’라는 생각을 가져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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