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화분 줄을 세워 작은 가위 사려 안고
모래같은 고운 비료 한 움끔 묻어두며
오늘도 한나절 동안 뜨란 화원 일군다
아침에 빛을 향해 커턴을 올렸다가
저녁에 이불같은 버티컬로 창을 가려
온 겨울 사랑 쏟으며 자기 생각 담아 낸다
새 하얀 비닐 창안 섣달 추위 견뎌 내며
뽀족한 얼굴 내민 수선화 잎새 하나
파르르 꽃잎이 되어 봄을 안고 떨고 있다
동백은 더 추워야 붉은 꽃 피우련가
서러운 찬 바람에 양지쪽에 비켜섰다
봉오리 살며시 맺어 방 가까이 이사했다
제라륨 페츄니아 영하에 움츠려도
내 가족 돌보듯이 꼼꼼한 손길 펴서
계절의 섭리 넘어서 고운 꽃을 피었다
오늘은 정월 보름 발코니 활짝 열고
곧곧하게 자란 난을 또 한번 안아 보며
환하게 미소지으며 사진 한장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