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머무는 대지 위의 둥근 공간
영혼을 다 못 삭인 기억을 가둬 두고
한 세월 지난 시간들 지하에 잠든 혼백
저마다 생의 아픔 파랗게 멎은 집터
대리석 조각 위에 삶의 이력 새겨 두고
저토록 쓸쓸히 누워 초목 속에 잠겼다
먼 옛날 뿌리 찾아 몇 등성 길을 헤쳐
김해김씨 판서공파 비석 앞에 절 올리며
조상님 계신 산자락 풀을 베며 기도한다
어제와 오늘이 여기서 만났으니
수백년 연 이어 온 그 핏줄 맥박 찾아
우리네 후손 모두들 꿈을 펴게 하소서
잡초를 가다듬고 큰 풀을 베어내며
흙 한줌 움켜 쥐고 정성으로 묘를 다져
저 먼산 무지개처럼 가문 화목 다짐한다
온 종일 조상 향한 마음을 열어두고
해마다 살펴보는 우리들 작은 손길
뒤돌아 걸어 내려와 선조 모습 새긴다
온갖 욕심 다 버리고 청정하게 살아라
귓전에 들려오는 할아버지 당부 말씀
산바람 메아리 되어 구름처럼 흐른다